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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사:황선범/하늘이란?

우리에게 하늘은 무엇인가 / 황선범

by 마루사랑 2007. 12. 14.

하늘(5)

하늘은 진(眞)이고 하늘 아닌 그 밖의 것은 사(邪)가 되며 진을 따르는 것은 정(正)이 되는데, 사람이 정(正)으로 행(行)하지 않으면 사를 따르는 것이 됨으로 진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이를 아는 것은 무명에서 탈출하는 것, 혼돈에서 벗어나는 것, 자신을 깨닫는 것(구원받는 것)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새로운 가치관이 아니라 이미 있는 가치관인데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가 분별을 해준 것 뿐이다.

지금은 동서양이 열려 모든 문물이 오고가는 시대이며, 각종 종교ㆍ사상ㆍ철학ㆍ학문 등 모든 것이 들어와 뒤섞여 있는 혼돈의 시대이다.
대학ㆍ직장ㆍ길거리ㆍ전철ㆍ공원 등에 나가면 자기가 믿는 가치관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치관이나 윤리 도덕이 오직 하나 밖에 없다면 과거의 것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세상이 통제되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나, 지금과 같이 수백 수천의 가치관과 윤리 도덕이 만나 서로 자기 것의 우월성을 주장한다면 해결책은 없고 대립만 있을 뿐이다.
과거 서양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 또는 마녀사냥이라는 이름으로 비기독교인데 대한 박해가 있었고, 우리나라도 조선 말기에 천주교인에 대한 탄압으로 많은 인명이 죽음을 당했으며, 최근 동남아에서 벌어진 인종 및 종교 살육 등을 상기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지금까지 세상은 선악(善惡)으로 심판하는 세상이었다. 선을 최고 미덕으로 보았으며, 선의 문화와 풍습을 가꾸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세상이 유고ㆍ불교ㆍ기독교ㆍ공산주의ㆍ자본주의 등 어느 하나의 문화권에 속해 있을 때는 그 사상에 의지하여 선악을 구별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별로 다른 가치관이 소용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낯 설은 여러 문화가 뒤섞인 상태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로 선악을 구별한다면 포용력을 상실한 것이고 편가름하는 것에 불과하다. 선악은 공간적(나라ㆍ종교ㆍ철학ㆍ학문 등)으로 다르고 시간적(1,000년 전, 현재, 1,000년 후)으로 다른 것인데, 그런 포용력이 편파성이 있는데도 스스로 절대의 지혜를 부여받은 양 시공을 초월한 가치관을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악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긍정으로 보느냐 부정으로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다르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이해되기 때문에 종파가 나뉘고, 같은 종파에서도 가르치는 내용에 따라 편이 나뉘는 것이다. 또한 일을 해도 결과로 들어난 문제점만 찾아 해결하므로 사후 약방문 격이어서 근원적 처방은 하지 못하므로 닥쳐올 미래에 대한 미증유의 혼란 같은 것은 생각하지 못하다.

유교가 국가 통치이념이었던 조선시대는 유교의 가르침이 생활의 지표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세계의 종교ㆍ사상ㆍ학문ㆍ문화ㆍ풍습 등이 섞여 서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면 누구의 말이 진리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가령 전통적으로 내려온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풍습이 서양 종교가 미신으로 심판하여 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조상을 섬기는 것이 진정 바른 것인지 바르지 못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데, 집안에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이로 인한 갈등이 적지 않다.
학교에서는 학생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교수는 저렇게 이야기하고, 정치마당에서는 여당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야당은 저렇게 이야기하고, 기업에서는 사용자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근로자는 저렇게 이야기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주장하는 바가 옳기 때문에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동서양의 모든 가치관과 윤리·도덕이 한꺼번에 만나 혼돈을 맞는 상태 하에서는 더 이상 과거에 쓰던 것만 가지고는 세상을 유지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과거의 것만 가지고 계속하여 사용할 경우에는 포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컴퓨터를 운용함에 과거에는 DOS를 썼는데, 지금은 Windows를 쓰고 있다. Windows가 나온 것은 과거 DOS운영체제로는 근본적으로 컴퓨터 소프트운영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며, 얼마든지 또 다른 포용력이 큰 운영체제를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종교ㆍ사상ㆍ철학ㆍ학문도 그와 같다.
미래 몇 천년 몇 만년 후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 사고는 어린아이의 장난과 같은 것이며, 특히 절대지혜를 가진 자의 입장에서 보면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큰 나무에 비유할 때 이러한 주장은 잔가지 또는 수많은 잎사귀의 하나에 불과한데, 지엽적인 것에 매달려 근본 또는 전체를 망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일의 결과를 보고 조그만 지식으로 열악을 가리고 우열을 가리고 선악을 가리고, 자신을 모르면서 주관(主觀)이라는 미명으로 다른 것들을 심판하고 재단하고 도태시켰으나 이는 그동안 신(神)의 세상이었기 때문에 겉 모습만 보고 심판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진(眞)의 세상이므로 생명의 속 모습까지 보고 심판하는 세상이다. 진의 세상은 맑고 밝음이 지극한 성(性)의 세상을 말하므로 신의 역할도 재정립되기 때문이다.
선과 악으로 가치관을 삼으면 선과 악으로 심판하는 세상이 되고, 진과 사로 가치관을 삼으면 진과 사로 심판하는 세상이 된다. 선과 악으로 심판하는 세상은 선의 세상을 최고 이상으로 삼고, 진과 사로 심판하는 세상은 진(참)의 세상을 최고 이상으로 삼는다.

진(眞)은 색채와 형태가 없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절대생명ㆍ으뜸생명ㆍ근본생명ㆍ부모와 같은 생명ㆍ속 생명ㆍ주(主)가 되는 생명ㆍ근본 또는 나무 전체의 생명을 뜻하고, 사(邪)는 색채와 형태가 있으므로 언젠가는 변하는 상대생명ㆍ종(從)이 되는 생명ㆍ줄기나 잎에 해당하는 생명ㆍ자식과 같은 생명ㆍ겉 생명ㆍ종이나 객이 되는 생명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점을 알고 하늘을 궁구하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비로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